[고민]
결혼한 지 오래된 저의 고민은 남편이 방자하다는 것입니다. 파자마를 벗기면 그냥 옷장에 집어넣기만 하고, 외출하고 돌아오면 구둣발은 엉망으로 널브러져 있죠. 정말 뭐하나 제대로 하지 않습니다(화내면서). 시부모님이 어떤 교육을 시켰길래 이렇게 방자한 건지 궁금할 정도입니다.
옷장에서 남편이 옷을 꺼내면 거의 대부분 서랍이 반쯤 열린 채 옷들이 튀어나와 있습니다. 자기가 입고 싶은 옷을 꺼내고 나서 그대로 둔 것이죠!
결혼하고 내내 제가 신발을 꼼꼼히 정리하고 옷장도 잘 관리했는데, 이제 정말 한계입니다. 어떻게 해야 남편의 방자함이 사라질 수 있을까요? "나 당신 엄마 아니야"라고 소리치고 싶을 정도로 매일 매일 참고 있습니다. 혹시 좋은 해결책이 있다면 꼭 알려주세요. (닉네임: 젤라틴)
잠시 집 나간 척해서 "아내 없음"의 어려움을 느끼게 해보세요!
젤라틴님, 먼저 하루하루 고생 많으십니다. "벗기면 접어야지, 열면 닫아야지"라는 세상 공통의 말씀(?)을 저도 매일 딸에게 하고 있습니다.
이럴 땐 제가 먼저 관점을 바꿔보라고 조언합니다. 어떻게 되고 싶은가? 라는 목표를 상상해보세요. 분명 밝은 이미지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부부가 서로 의지하며 지내는 평온한 노후? 등입니다.
제 친구가 실행한 몇 가지 예를 제안해드리겠습니다. 벗겨놓은 옷들은 전혀 정리하지 말고 그냥 둡니다. 닦지 않은 식기들이 마르고 캑캑 딱딱해져도 그냥 둡니다. 다음 식사 때 그 접시에 밥을 담는 방식으로 방치합니다. 처음에는 젤라틴님도 집안이 엉망이어서 기분이 나쁠 수 있겠지만, 서랍도 물론 그냥 열어둡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해보세요. "내가 먼저 죽어버리면, 당신은 지금 이 모습 그대로 살아가야 해. 그러니까 네가 한 짓은 스스로 정리하라고." 집안일 능력은 인간 능력입니다. 누군가 해주기를 바라는 의존은 결국 당신 남편을 곤란하게 합니다.
전형적인 옛날 부인인 제 아버지도 요즘엔 자신의 식기를 씻어내고, 설거지, 청소, 요리도 철저히 하는 자립형 남편으로 변신했습니다.
최후의 수단은 잠시 집을 떠나기입니다. 젤라틴님의 스트레스가 맥스되기 전에, 엉망으로 둔 채가 극에 달했다고 생각되면 '아내 없음'이 얼마나 힘든지 체험해보세요. 꼭 역으로 '둔 채'를 해보시기 바랍니다. 그 마음은 부부가 서로 의지하며 밝은 미래를 위한 것이란 얘기를 해보세요. 다소 가혹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행복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아내는 '엄마'와 비슷하여 화내도 용서해주는 데 익숙합니다. 남성도 여성에게서 태어나기에, 무의식중에 아내를 '엄마'로 여기기 쉽습니다. 예전에 사랑스러웠던 남편의 유년기 사진을 봤다면, 조금이라도 '좋은 아이'라고 생각될지도 모르죠?